엄지 손가락으로 Shift 키를?

일반적으로 쓰이는 컴퓨터 키보드 배열에서는 Shift 키가 새끼 손가락 쪽에 배치되어 있다. 새끼 손가락은 가장 약한 손가락이라서 새끼 손가락으로 자꾸 Shift 키를 누르면 손에 상당한 무리가 가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Shift 키(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Alt 키 등 다른 키도)를 손가락 중 가장 힘이 센 엄지 손가락으로 조작하게끔 만든 키보드들이 존재한다. 또 일부에서는 Space bar를 Shift 키와 겸용하게 소프트웨어적 tweak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이렇게 Shift 키를 엄지 손가락으로 쓸 수 있게 한 몇 가지 사례와 방법들을 소개하도록 한다.

Shift 키 자체를 엄지쪽으로 보낸 인체 공학 키보드

기성품 중에는 Maltron 키보드 등이 Shift 키가 엄지 쪽에 존재한다. 커스텀 키보드 중에서는 Ergodox 등 몇몇 인체공학 키보드들이 설정하기에 따라 Shift 키를 엄지 쪽에 배치할 수 있다.

일본의 엄지시프트(親指シフト) 키보드

필자가 과거에 운영했던 블로그에 이 키보드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한 글을 적고 키보드매니아그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예전 블로그는 현재 없지만 키보드매니아에 올린 글을 참고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이 키보드는 기존의 Shift 키는 원래대로 새끼손가락 쪽에 배치해 놓고 있지만, 일본어 입력 시에만 사용하는 추가적인 엄지 Shift 키를 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키보드매니아에 올린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물론 이 키보드의 일본어 입력 방식은 엄지시프트 전용 키보드가 아니면 사용하기 어렵다.

참고로 일본어 외에 다른 언어에도 엄지시프트 배열을 적용하려고 한 사례가 있지만(키보드매니아에 올린 글을 참고) 보급에 실패했다.

일본의 신(新)JIS 배열

앞 단락에서 설명한 엄지시프트 키보드의 영향을 받은 일본어 키보드 배열인데, 엄지시프트 키보드와 달리, 이 배열은 일반적인 일본어나 영어 키보드로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신JIS 배열은 기존의 일본어 표준 배열인 JIS 배열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배열은 보급에 실패해서 현재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글에서 특별히 소개할 만한 특이점이 있어서 설명하도록 한다.

신JIS 배열은 Shift 키를 기존 새끼 손가락 쪽의 Shift 키로도 쓸 수 있고, 엄지 쪽의 Space bar로도 쓸 수 있게 했다. 일본어는 띄어쓰기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Space bar를 한자 등으로 변환하는 키로 대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JIS 배열에서는 Shift 키 대용으로 쓸 수 있게 설계했다. 이런 특징이 신JIS엄지시프트 키보드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다. 그리고 신JIS 배열은 다른 언어와 달리, Shift 키(또는 Space bar)와 다른 문자 키를 동시에 누르는 방법 외에, Shift 키(또는 Space bar)와 문자 키를 순서대로(또는 반대로 문자 키, Shift 키 또는 Space bar를 순서대로) 눌러서 입력하는 방법도 허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신체적 장애 등으로 인해 두 개의 키를 동시에 입력하는 방식이 불편한 사용자들을 배려한 조치였다.

SandS(Shift and Space)

일부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Space bar를 Shift 키와 겸용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키보드 키 매핑을 바꿔주는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설치해서 Space bar가 Shift 역할을 겸하도록 동작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구현한다. 다만 이론상 커스텀 키보드에 이 기능을 내장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긴 하며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관련 글-일본의 모 블로그 글).

요점은 Space bar를 단독으로 누르면 기존대로 Space bar로서 동작하게 하지만, Space bar와 다른 키를 동시에 누르면 Shift 키로 인식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손가락에 무리가 가는 기존 Shift 키 대신 Space bar를 Shift 키로 사용함으로써 인체 공학적인 조치가 되게끔 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엄지시프트 키보드의 영향을 받았지만 차이는 있다. 엄지시프트 키보드는 기존의 Shift 키는 새끼 손가락 쪽에 존치시킨 상태에서 일본어 입력용 Shift 키를 새로 엄지 쪽에 추가하였다. 반면에 SandS는 기존 Shift 키를 그대로 두긴 하되, Space bar에 기존 Shift 키와 동일한 역할을 추가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Windows 환경을 기준으로 SandS가 지원되게 하는 툴은 몇 종이 있는데 현재까지 있는 툴들은 전부 일본인들이 만든 것들이다. 노도카(のどか, 유료), KeyHac(무료, Python 기반) 등의 소프트웨어가 SandS를 잘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노도카가 낫다고 본다. KeyHac 등은 SandS 기능을 쓸 경우 기존의 Shift+Space 같은 단축키가 정상 작동되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노도카는 정상 작동되기 때문이다. 한편 AutoHotkey(AHK)로도 SandS를 구현한 예가 있기는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쪽은 그다지 자연스럽게 동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에서는 SandS의 개념만 소개하고 실제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은 차후에 별도의 글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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